구름이는 욕실 문 여는 소리만 들어도 침대 밑으로 들어가던 아이였어요. 안고 들어가서 씻기면 끝나긴 하는데, 매번 벌벌 떠는 걸 보는 게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목욕을 안 하고 적응만 시켰어요. 지금은 욕조에 혼자 들어갑니다. 그 한 달을 적어봅니다.
강아지가 싫어하는 건 물 자체보다 미끄러운 바닥, 샤워기 소리, 얼굴에 닿는 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물 온도는 37~38도, 샤워기 대신 바가지나 손으로 붓고, 빈 욕조에서 간식 먹기부터 시작해 단계마다 2~3일씩 올라가면 한 달 안에 달라집니다.
이건 키우면서 배운 건데, 강아지가 싫어하는 건 물이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구름이는 비 오는 날 웅덩이엔 잘만 들어갔거든요. 욕실이 싫었던 이유를 하나씩 지워보니 미끄러운 바닥이 첫째, 샤워기 소리가 둘째였습니다. 발이 미끄러지는 곳에서 몸이 잡혀 있고 시끄러운 물이 얼굴로 쏟아지면, 사람이라도 싫죠.
| 싫어하는 이유 | 신호 | 해결 |
|---|---|---|
| 미끄러운 바닥 | 발을 벌리고 버팀, 발톱으로 긁음 | 미끄럼 방지 매트나 수건 깔기 |
| 샤워기 소리와 압력 | 물 트는 순간 놀람 | 바가지, 손, 또는 샤워기를 몸에 바짝 붙여 소리 줄이기 |
| 얼굴에 닿는 물 | 고개를 홱 돌림, 재채기 | 얼굴은 젖은 수건으로 따로 |
| 물 온도 | 몸을 움츠리거나 헥헥거림 | 37~38도, 손목 안쪽에 대서 미지근한 정도 |
| 나쁜 기억 | 욕실 근처만 가도 도망 | 욕실을 좋은 일이 생기는 곳으로 다시 학습 |
※ 목욕 후에 늘 혼나거나 병원에 갔던 아이는 목욕 자체가 나쁜 예고가 됩니다. 목욕 뒤에 좋은 일이 오게 바꿔주세요.
중요한 건 단계마다 아이가 싫어하기 전에 끝내는 겁니다. 낑낑거리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거예요. 한 단계에서 막히면 앞 단계로 돌아가세요. 후퇴는 실패가 아니라 속도 조절입니다.
손이 둘 다 바쁜 목욕 중에는 간식을 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릭매트가 답입니다. 욕조 벽에 붙여 땅콩버터나 습식 사료를 발라두면 아이가 핥는 동안 등을 씻길 수 있어요. 구름이는 릭매트가 등장한 날부터 욕조에 스스로 올라갔습니다. 다 씻긴 뒤에는 수건으로 말리면서 좋아하는 터그 놀이를 짧게 해주세요. 목욕의 끝이 즐거워야 다음 목욕이 편해집니다.
구름이가 처음 욕조에 제 발로 들어간 날 저는 그 영상을 킁킁에 올렸어요. 동네 보호자들이 축하해 주는 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되더라고요. 한 달짜리 지루한 과정을 버티는 데는 이런 작은 자랑이 필요합니다. 팔불출 같지만 제가 만든 앱이에요.
목욕 성공 영상 올리러 가기 →적응 기간 한 달 동안은 전신 목욕을 미루고 산책 후 발과 배만 씻기세요. 나머지는 빗질과 무향 물티슈로 충분합니다. 급하다고 억지로 씻기면 그동안 쌓은 게 무너져요.
진흙에 뒹굴고 왔다면 어쩔 수 없죠. 이때는 욕조 대신 세면대나 큰 대야처럼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빠르게 끝내세요. 욕조는 좋은 곳이라는 학습을 깨지 않기 위해서예요.
적응이 끝날 때까지 미용실 목욕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미용실이 트라우마의 원인인 아이라면 방문 미용이나 조용한 미용실로 바꿔보세요.
목욕을 싫어하는 아이를 안고 씻기던 시절, 저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어요. 돌아보면 한 달 투자로 남은 십몇 년이 편해진 셈입니다. 우리 아이가 유난히 겁이 많은 게 아니에요. 대부분 그렇고, 대부분 좋아집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수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아이 상태는 동물병원과 상의하세요.